가난과 질병 속에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은퇴목회자

추천 : 0  |  비추천 : 0  작성자: 관리자  |  2017-05-08 12:01

한평생 하나님나라 확장과 복음 전파를 위해 헌신한 은퇴목회자들이 가난과 질병 속에서 신음하며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러나 마땅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발발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은퇴목회자들은 오늘의 한국교회를 일군 영적인 어버이나 다름없다. 이들이 있었기에 한국교회는 세계교회사에 유례없는 부흥과 성장을 일궜다. 한국교회는 선교 130년 만에 세계 최대의 교회를 가진, 미국에 이어 선교사를 가장 많이 파송하는 교회가 되었다. 이처럼 눈부신 한국교회의 성장 이면에는 은퇴목회자들의 땀과 눈물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은퇴목회자들은 은퇴 이후에 더 큰 고난의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사회와 교회의 중심에서 밀려나면서 영적인 고갈상태와 무기력에 노출되어 있고, 재정적으로 마땅한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하루하루의 삶이 힘겹기만 하다. 한국교회 차원에서 적극적인 관심과 대책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100세 시대는 재앙(?)
은퇴 이후의 문제는 비단 목회자들의 문제 뿐만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고 노인이 되기 마련이다. 사회의 일반 구성원들에게도 은퇴 이후의 삶은 두려움과 걱정이 앞서는 일이다. 현대사회는 갈수록 고령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에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2015년에는 전체 인구 중 고령자 비중이 13.1%에 달했다.


평균수명의 증가로 100세 시대가 도래했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놀랍지 않다. 그러나 평균수명의 증가가 마냥 기쁠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준비 없는 100세 시대는 재앙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일반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3중 연금체제를 넘어 4중(주택연금), 5중으로 연금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현실은 이러한 사회적 심각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 등 공적인 연금체계에서 배재되어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몇몇 교단은 연금(은급)재단을 운영하며 은퇴목회자들의 노후를 대비하고 있지만 이로서는 역부족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다수 목회자들이 은퇴 후 고단한 삶에 직면하고 있다. 3년 전 은퇴한 A목사는 교단 연금재단으로부터 지급받는 연금으로 근근이 생활을 영위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생활비와 의료비 등을 감당하기에도 벅차기만 하다.


그래도 A목사는 나은 편에 속한다. 같은 교단인 B목사는 연금재단에 가입하지 않아 연금수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교회 기초연금에 자녀들이 주는 용돈으로 생활하고 있지만 자녀들에게 짐만 되는 것 같아 늘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C목사는 교단에 연금(은급)재단이 마련돼 있지 않다. 은퇴한 교회에서 은퇴 이후 생활비를 지원해 주었지만 교회가 어려워지면서 이마저도 끊겼다. 하지만 어디에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대다수 은퇴목회자들의 처지가 이들과 대동소이하다.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교단별로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약 70세에 은퇴를 하고 있다. 은퇴 이후에 적지 않은 목회자들이 막막한 생활에 직면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대형교회 목회자의 경우에는 은퇴 이후에도 일정 금액의 퇴직금과 연금형식의 사례비를 교회에서 제공받지만 이는 일부에 불과하다.


대다수의 한국교회는 영세한 규모의 미자립교회다.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은 은퇴 이후 더욱 큰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애초에 은퇴 이후 아무런 사례비를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일정 규모의 사례비를 지급받았다고 하더라도 중도에 교회가 어려워지거나 하는 사정이 발생하면 끊어지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런 경우 교회 내에 제대로 된 규정이 있을 리 만무하기 때문에 누구에게 하소연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평생을 목회에 헌신하며 하나님을 섬기고 복음 전파에 매진했지만 은퇴 이후의 삶은 팍팍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은퇴 이후의 삶은 자기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구조에 빠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일반 세상 사람들에 비해 목회자들이 이러한 대비를 철저히 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교회의 특성상 돈과 관련된 이야기를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고, 일반 사회 직장인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국민연금 등의 가입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충분한 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맞닥뜨린 은퇴목회자의 삶의 현장은 고단할 수밖에 없다.


△가정과 사회의 중심에서 밀려나
목회자들은 은퇴 이후 자연스럽게 가정과 사회의 중심에서 밀려나 쓸쓸한 노년을 맞고 있다. 은퇴목회자들은 은퇴 이후 일차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한다. 활동성이 떨어지고 수입이 줄어들다 보니 자신감이 떨어지고 위축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나이가 들다 보니 자연스레 아픈 곳이 생기게 되고 건강이 악화되는 경우도 많다. 은퇴 이후 마땅히 할 일이 없어지다 보니 남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도 고민거리다. 게다가 가슴 한 구석에는 자신이 비생산적인 존재로 인식될까봐 걱정이 앞선다. 아울러 친구나 동료와의 관계가 단절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된다.

경제적인 어려움도 걱정이지만 자신이 필요 없는 존재로 인식되는 것만 같아 상실감과 자괴감이 밀려오기도 한다. 은퇴한 교회에 들르는 것도 부담이 되고 자식들에게도 자꾸만 짐이 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렇다고 자식들의 상황이 부모의 은퇴 이후를 책임질 정도로 넉넉한 경우는 드물다. 힘겹게 돈을 벌고 자식을 키우고 자신의 가정을 돌보기에도 여유가 없는 것이 대다수 가정의 현실이다. 실제로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한 ‘은퇴 이후의 소득원으로 가족으로부터의 지원이 가능하냐’는 설문 조사 결과, ‘가능하다’는 응답은 열명 중 한명 정도에 불과했다.

결국 목회자들은 은퇴 후 다양한 노후문제에 직면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의료와 의식주, 여가 등과 관련된 기본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의 조사통계에 따르면, 목회자들의 노후 준비 수단은 공적연금제도 34.7%, 노후 준비 수단 없음 26.3% 개인연금이나 개인저축 21.8%, 종교단체 제공 연금제도 49.6% 등이다. 그러나 이는 예장 통합, 예장 합동, 기감, 기장 등 연금(은급)제도를 운영하는 곳의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이기 때문에 연금(은급)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수백여 교단의 목회자들로서는 은퇴 이후의 삶을 스스로가 챙겨 준비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8개 교단만이 연금(은급)재단 운영…이마저도 온갖 비리로 점철
한국교회 수백여 개 교단 중 연금(은급)제도를 운영하는 곳은 예장 통합, 예장 합동, 기감, 기장, 기성, 기하성, 고신 등 8개 교단에 불과하다. 그나마 연금(은급)제도를 운영하는 교단 소속 목회자들의 가입률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예장 통합은 1960년 9월 총회은급규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2015년 말 기준으로 자산 규모는 3,599억 원, 가입자 수는 1만 3521명에 달한다. 은급제도 적용되는 대상은 50세 미만의 총회 소속기관 및 교회에서 시무하는 목사, 전도사와 총회에서 파송된 선교사, 기타 총회가 인정하는 자로 제한하며 수급권 획득을 위한 20년 이상의 납입이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2014년 말 기준으로 연금 적용대상자 2만 5644명 중에서 납입금을 불입하고 있는 가입자는 절반을 조금 넘는 1만 3212명에 불과하다. 절반 가까이가 은퇴 이후 교단 연금을 받을 수 없는 실정인 것이다.
총회연금 수급자 현황을 살펴보면 2015년 말 기준 퇴직연금을 수급하는 은퇴 성직자는 648명이며, 특례연금 14명, 유족연금 82명, 장애연금 26명으로 총 770명이 총회연금재단으로부터 연금급여를 지급받고 있다. 퇴직연금 수급자의 평균 납입기간은 22년 7개월이며 평균 퇴직연금액은 월 163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교단 내에서 기금 운용과 관련하여 전문성과 안전성 및 투명성에 대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연금가입자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예장 통합은 이밖에도 연금수급권을 획득하지 못하고 은퇴한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교단 차원에서 생활비를 지원하는 ‘연금미가입 은퇴목회자 생활비 지원사업’을 2010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지원 대상은 극빈자 수준의 생활을 하고 있는 은퇴 목회자로서 2016년 3월 현재, 총 195명에게 1인당 월 20만원의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다.


예장 합동은 1965년 총회에서 교역자 사례비의 5%를 은급비로 납부하기로 결정한 이후 은급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01년에는 법인 형태의 총회은급재단을 설립하고 현행의 연금Ⅰ제도를 시행하였으며, 2011년에 실시한 연금 및 기금운용 전반에 대한 현황 진단 결과를 토대로 2012년부터 새로운 은급제도인 연금Ⅱ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2016년 현재 예장합동 총회은급재단은 연금Ⅰ과 연금Ⅱ를 동시에 운용하고 있다. 연금Ⅰ은 가입자의 호봉에 근거하여 설정된 납입금을 불입하고, 20년의 납입기간을 충족하는 경우 만 70세에 도달한 시점부터 평균 보수월액의 25%에 해당하는 급여를 수급할 수 있다. 반면 연금Ⅱ는 연금수령액을 가입자가 선택하는 맞춤형 연금 상품으로서 총회은급재단은 최저연이율을 보장하고, 선택한 가입조건에 따라 연금수령액이 결정된다. 또한 소속 교회 또는 기관이 기금에 가입한 경우에는 연금과 기금에 대한 복수 혜택이 제공된다. 총회은급재단은 은퇴목회자들에게 퇴직금 형태의 목돈을 지급함으로써 은퇴 초기 소득상실로 인한 경제적 불안을 완화하고자 총회기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장의 경우에는 1978년부터 은급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만 55세 미만의 교단 소속 교회 또는 기관에서 시무하는 교역자 및 국외에 파송되어 시무하는 교역자와 총회 처무규정에 따라 임명된 직원은 의무적으로 연금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

가입현황을 살펴보면 2015년 6월말 기준으로 가입대상자 총 3145명 중 57.1%인 1804명이 가입하고 있다. 총 408명에게 월평균 76.1만원이 지급되었으며, 수급유형별로는 퇴직연금 305명, 장애연금 15명, 유족연금 87명, 특례연금 1명이 급여를 수급하고 있다.


한편 2015년 기장 총회에서는 연금제도의 재정적 지속가능성과 관련하여 퇴직연령의 상향과 지급율의 축소를 담은 제도 개혁안이 논의됐다. 제도 도입 당시인 1978년 설계된 현행의 제도 모형은 66세 연금수령자에게 10.3년 간 급여를 지급한다는 가정을 전제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령화가 진행된 현재의 상황과는 상당한 괴리를 보이기 때문이다.


기장 연금재단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수급자의 경우 18.5년 간 연금을 수급하며, 향후 기대 수명이 2년에 0.6세씩 증가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2032년에는 90.5세까지 24.5년간 수급하게 된다. 따라서 연금제도의 장기적인 수지균형의 안정화를 위해 연금지급을 은퇴연령별로 연차적용하고, 현행의 3%p의 지급률도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감의 은급제도는 1930년 각 지교회별로 운영되던 생활보조금 지급사업(은급사업)을 총회에서 수용하기로 결정하고 은급기금을 출연한데서 제도적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이후 1984년 문화체육부로부터 교역자 은급재단이 정식으로 설립인가를 받고 교역자 은급규정과 시행세칙을 근거로 전국적으로 은급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2008년에는 기존 은급제도의 기금 고갈로 인해 제도의 재정적 지속가능성 문제가 표면화되면서 기존의 확정급여형 재정운용방식에서 확정기여형 방식으로 제도를 전환하고, 일반 금융기관을 은급제도 사업자로 선정한 뒤 신은급제도로의 전면적인 개혁을 추진했다. 하지만 신은급제도 가입자와 기존은급제도 가입자 간의 형평성 문제와 신은급제도에 대한 불신과 수익률 저하로 인한 미가입문제가 심화되자, 2015년 총회에서 다시 기존 은급제도로 회귀하기로 결정했으며, 2016년부터 기존 은급제도로 재전환했다.


감리회의 은급제도는 기여이력에 관계없이 시무년수에 따라 은퇴은급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즉, 교회 및 교단에서 은급부담금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교역자은급부담금(기여금)을 납입하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수급권을 인정하되 은퇴은급금을 감액하여 지급함으로써 소속 성직자의 노후를 최대한 지원하려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 시급
이처럼 은퇴목회자가 속한 교단에 연금(은급)제도가 마련돼 있는 경우에는 그나마 나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연금(은급)재단을 둘러싸고 재정운용의 투명성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 예장 통합, 예장 합동, 기감 등의 교단이 연금(은급)재단의 투명성과 안정성, 전문성 제고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문제는 연금(은급)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교단의 목회자들이다. 연금(은급)제도가 마련된 교단이 전체 한국교회 교단 가운데 8개 교단에 불과하기 때문에 수백여 개로 추산되는 나머지 교단들은 은퇴목회자 노후에 대해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는 날로 고령화되고 평균수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에는 더욱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과 영국 등의 경우에는 목회자들의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 합리적 대비를 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종교단체에서 제공하는 연금제도가 적용제외 규정을 통해 공적체계 내에서 작동하고 있고, 미국은 법정제도인 OASDI와 직역연금을 주축으로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자체 연금제도가 이를 보충하는 다층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교단의 다양한 보장제도를 충분히 활용할 경우 어느 정도 대책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목회자들이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제도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고, 교단 차원에서 연금(은급)제도가 마련된 곳도 소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일평생 하나님나라 확장과 복음 전파를 위해 헌신한 목회자들이 은퇴 이후에도 행복한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